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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3만 불이라고 하지만 먹고살기 각박한 것은 예전이나 별 차이 없다. 하지만, 확실히 바뀐 것이 있다. 바로 주말 풍속도다. 주 5일제 시행 이후 TV 리모컨을 끼고 소파 위에서 뒹구는 가장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 가족과 가까운 교외에 나가거나 외식을 하지 않고는 주말을 넘기기 어렵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답답한 사람들이 캠핑, 골프 등 야외활동을 늘리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현재 국내 레포츠(레저+스포츠) 인구는 대략 3,000만 명, 시장 규모는 연간 40조 원대로 추산된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즐기는 스포츠도 달라진다. 형편이 어려웠던 6,70년대에는 레슬링, 권투 등 격투기가 단연 인기였다. 팍팍한 생활 때문에 저렴하면서도 헝그리 정신이 스며있는 격렬한 스포츠에 열광했다. 80년대에는 프로 축구, 프로야구가 부상했다. 경기장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생활이 윤택해지고 취향도 고급화된 덕분이다. 90년대에는 골프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 과거 50대 임원급이나 잡던 골프채가 어느새 30대 초반 대리의 손에도 들렸다. 비싼 그린피를 감당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고 여가가 늘어난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떠오를 레포츠는 무엇일까.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의 레포츠, 요트
스포츠 사회학자에 따르면 1인당 소득 1만 달러 시대가 되면 마라톤, 등산 등 야외 운동이 성행한다. 2만 달러면 골프, 승마를 즐긴다. 3만 달러가 되면? 정답은 요트다. 레포츠가 발달된 선진국에서 요트는 '끝판왕'으로 여겨진다. 그러니까 소득 3만 불의 초입에서 요트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 크지만, 조만간 여건만 갖춰지면 요트를 제대로 즐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의 레포츠가 주로 땅을 무대로 했다면 앞으로는 강, 호수, 바다 등 물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주거지에서 따지는 것은 조망권이다. 그중에서도 강, 호수, 바다 조망권이 우선시 되고 그다음이 공원, 산 순이다. 놀이의 터전 역시 육지보다는 물을 선호하게 된다. 문제는 물에서 안전하게 즐기려면 고가의 장비와 시설, 이동 수단, 숙박시설 등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인구 계층도 함께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레포츠 중에서도 요트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쯤 요트 문화에 눈을 뜨고 3만 달러가 되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요트 동호인은 약 5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바다에 면한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마리나(요트, 모터보트 등의 선박을 위한 정박시설)를 짓고 요트 교실을 열어 배우려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한강 여의도에 생긴 서울 마리나가 대표적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요트 문화 확산에 발을 벗고 나섰다.
요트는 문화산업
요트 하면 보통 럭셔리한 선실, 넓고 흰 돛, 여기에 와인 한 잔을 하면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을 상상한다. 실상 이것은 최소 1억 원 이상, 비싼 것은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크루저(cruiser) 요트급에서나 가능하다. 최근 몇 년 새 한강이나 남해안 일대에 떠 있는 작은 요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딩기요트다. 돛으로만 가는 1~2인승 무동력 요트를 말하는데, 세일링의 기본기를 익힐 수 있는 해양레저다. 딩기요트는 누구나 저렴하게 즐길 수 있고 요트의 묘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요트란 군함이나 항공모함, 어선처럼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배를 제외한 물에 뜨는 모든 배를 말한다. 구중 엔진 동력 장치가 달려있다면 모터 요트, 돛으로만 운항한다면 세일링 요트다. 여기에 주거시설이 있다면 크루저, 그렇지 않으면 딩기로 분류한다
요트는 제조업이라기보다 문화산업에 가깝다. 기능과 안전, 가격경쟁력은 기본이지만 이것만으로는 1% 부족하다. 여유 있는 계층의 레포츠 장비로서 디자인적 요소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요트를 문화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대형 화물선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이제는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공략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요트 건조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초대형 요트인 메가 요트라면 우리에게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 뛰어난 제조 역량은 의심할 바가 없다. 문제는 디자인이다. 요트 설계사, 요트 인테리어 전문가 등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요트 문화 확산과 직업세계
요트가 확산되면 어떤 직업이 부상할까. 우선 요트 운항과 관련된 직업부터 살펴보자. 대형 요트의 경우는 여객용 일반 선박과 마찬가지로 승무원들이 탑승한다. 물론 소형요트라면 선원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담당하니 논외로 하자. 우선 엔지니어가 있다. 엔지니어는 동력을 얻는 돛과 엔진, 배관, 기타 기계적 부분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유지 보수하는 일을 담당한다. 갑판원은 배의 외관을 유지 보수하며, 승객을 도와주고 보호하며 업무영역이 가장 다양하고 포괄적이다. 장기간 항해하려면 음식을 조리하여 승객들에게 제공하고 식사 후에 뒷정리 및 설거지를 하는 요리사도 필요하다.
승무원은 승객에 대한 서비스를 책임지는데, 주로 음료와 식사를 제공하고 항해와 관련된 고객의 궁금증을 풀어주며 짐을 도와주는 등의 일을 담당한다. 사무장(purser)은 배의 회계사에 해당하는데, 호화 요트의 경우 유지 보수와 선원 급료 등으로 연간 1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 계획을 세우고 자금 관리를 담당하는 사무장이 필요하다. 1등 항해사는 선장의 오른팔 역할이다. 선장의 업무를 지원하고 선장 유고시 그 책임을 대신하며 선원들을 훈련시키고 지원하는 일을 담당한다. 선장은 배의 운항과 관련된 포괄적인 책임을 지며 선원들을 지휘 통솔하여 목적지로 안전하게 항해한다.
요트 수명은 보통 40년이므로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자동차보다도 수명이 길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면 자연 싫증 나기 마련이다. 요트 판매중개인은 주로 중고 요트를 취급한다. 요트의 모델별 장단점을 훤히 꿰고 있어야 하며 요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수적이다.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 주는 일을 담당하며 요트를 배달하는 일도 중요한 업무영역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일본에서 중고 요트를 수입하기 때문에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면 유리하다. 대개 일본 현지에서 중고 요트를 구매한 후 요트를 몰고 대한 해협을 건너 한국의 구매자에게 인도하는 일이 많으므로 요트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요트는 바다를 활동 무대로 하기 때문에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보험이 필수라는 얘기다. 인수 전문가는 보험을 가입하는 수요자의 입장이 아니라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의 입장에서 가입 기준을 설정하고 가입 여부를 판별한다. 보험에 가입하려는 요트의 사고이력, 수리이력, 기능적 부분 등을 점검하고 보험 가입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검토하고 적절한 보험료를 산정한다.
전 세계를 공짜로 여행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호화 요트의 갑판원이 되는 길이다. 호화 요트는 요트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많은 선원을 필요로 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요트는 영국 프로 축구 첼시의 구단주인 러시아 갑부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소유한 ‘이클립스’로 5억 달러다. 선체 길이가 무려 162m, 최소 70명의 승무원과 11명 이상의 보조 인원이 요트를 움직이는데 필요하다. 비록 갑판원이지만 세계적 거부와 함께 초호화 요트를 타고 지구 상의 가장 아름다운 항구와 해양을 항해하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물론 처음에 채용되기는 무척 어렵다. 하지만 일단 능력을 인정받으면 그다음부터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요트에 대한 지식과 다룰 수 있는 스킬, 도전정신과 팀워크, 외국어 구사능력과 에티켓이 필수 요소다.
이 밖에도 초보자들에게 요트 운행 방법을 가르쳐주는 요트 강사, 요트 수리기술자, 요트 관리자, 클럽하우스 메이트, 대양 항해 전문가 등도 요트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유망한 직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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