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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베트남과 1992년 정식으로 수교했다. 베트남전에서 한국은 북베트남과 총부리를 겨누던 적대국으로 참전했다. 수교 과정에서 베트남 정부는 한국을 경제협력에 필요한 동반자로 대우했고, 두 나라가 월남에서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불행했던 과거사를 거론하지 않는 성숙된 자세를 보였다. 베트남은 과거사에 대한 사과나 배상금 대신 투자를 요구했다. 과거의 아픔을 가슴에 담은 채 경제회생에 모든 것을 건 베트남 정부의 일관된 원칙 때문에 외국 기업들은 안심하고 베트남에 진출하여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베트남 경제회생을 돕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을 대하는 자세와 베트남이 우리를 대하는 자세는 분명 다르다. 그렇다고 그들이 과거사를 잊었을까. 과거와 싸우는 우매함보다는 미래의 기회를 창출하는 현명함을 선택한 결과이다. 분노를 부추기고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교육과 선동은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적을 제압하고 권력유지를 위한 술수에 불과한 것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타인의 분노를 부추기고 혐오를 확산시키는 자들이 그를 통해 무엇을 노리는지 생각해보라. 당신의 주변에 그러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사심 없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거나 존경할만한 사람들인지 따져보라.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은 베트남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로 베트남 실용주의의 상징과도 같다. 호찌민은 프랑스와의 독립전쟁이 끝난 직후에 프랑스 자본의 베트남 투자를 요청했으며, 남베트남을 탄압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명분보다는 장기적 국가이익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사고관을 엿볼 수 있다. 베트남 정부는 1975년 미국과의 종전이후 곧바로 적극적인 대미수교를 추진했으며, 전쟁 당사국인 미국, 프랑스와 수교할 때도 어떤 사과나 금전적 배상도 요구하지 않았다. 2009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을 칭송했을 때도 베트남 정부는 어떤 공식적인 항의도 하지 않았다.
현재 베트남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다. 삼성은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약 1/3을 차지하고 베트남 경제를 움직이는 최대기업이다. 만약 베트남이 미국, 한국을 전범국으로 치부하고 자존심을 내세웠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번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 역시도 1960년대 일본과의 과거사를 매듭짓고 미래지향적 관계 설정에 노력한 결과 일본으로부터 자본, 기술, 부품, 시장을 지원받을 수 있었고 경제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반일운동은 무엇을 지향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난 30~40여 년의 피나는 노력 끝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우리 주변의 일본, 중국, 러시아, 그리고 세계 질서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에 쌓여 있는 반도국가의 운명은 바뀐 것이 없다. 우리가 국가의 존립과 이익을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주변국들과 감정적인 대립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방식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싸우는 것만큼 미련한 것은 없다. 아무것도 바뀔 것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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