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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이나 주장 자체만을 놓고 보면 대개의 경우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귀에 솔깃하게 들리는 주장일수록 더더욱 그러하다.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도 주장 자체만 놓고 보면 더 이상 근사할 수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공산주의는 인간의 본성과 실제 경제운행원리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북한, 쿠바와 같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지구 상에서 종말을 고했다. 아무리 훌륭한 주의주장이라도 현실에서 쓸모가 없으면 결국 물거품처럼 소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 실용주의(實用主義)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회주의가 붕괴된 이후 세계는 이념실험에 종지부를 찍고 먹고사는 문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념보다 경제성장과 국익의 극대화라는 실리가 최우선 과제가 된 것이다.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 베트남, 동유럽 등 너나할 것 없이 경제성장에 매진하고 있다. 보수(공화당)와 진보(민주당)로 뚜렷이 구별돼 온 미국이 지난 대선 때부터 교육, 복지, 노사관계 등에서 정책대립의 전선을 허물고 상호 벤치마킹을 통해 통합의 정치로 수렴해 가고 있는 것도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세계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념의 홍수 속에 중도우파, 중도좌파, 수구, 보수, 급진. 진보 등 해방직후에나 있었던 세대결이 한창이다. 경제는 뒷전으로 밀려난지 오래고 여야, 세대, 집단으로 나뉘어 서로에게 이념적 낙인을 찍고 공격하는데 더 열중이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전인 1903년에 주한 러시아 외교관 카를 베베르는 대한제국 황실과 정치인들의 편싸움으로 사회질서가 문란하며 지도자들이 러시아, 일본, 기타 열강과의 관계에서도 사사로운 고집을 꺽지 않아 국제관계에서 자신들의 처지를 알지 못한다는 서신을 본국에 보낸 사실이 있다. 그가 만약 환생하여 지금 우리나라에 다시 온다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21세기는 변화의 시대이다.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혁신은 과거 100년에 걸쳐 이루어졌을 법한 진보가 불과 채 10년도 되지 않아서 일어날 정도로 빠르다. 경쟁국들의 기민한 대응도 걱정이다. 중국은 물론이려니와 아세안, 인도 등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를 추격해오고 있다. 반면,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을 추격하기에는 우리의 성장 속도가 너무 느리다. 우리가 한가하게 이념타령이나 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제 잘난 맛에 취해있는 이 순간에도 후발국과의 격차는 조금씩 좁혀지고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운명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공동선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지혜를 바탕으로 국가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공유해야 할 바람직한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함께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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